겉과 속이 다른 여자의 내숭, 이 정도면 본좌급

이 순간, 세상 모든 여자들은 누구보다도 쿨하다 1

2013-05-16_9

jocelynsart님의 Friends

나와 헤어진 지 두달만에 구(舊) 남친과 그의 새 여친, 너네를 길에서 요렇게 볼 줄은 몰랐지. 당황하는 너의 얼굴을 보고 나는 작정하고 못 알아본 척 해버렸어. 마치 너의 얼굴을 그저 지나가는 행인1 정도로만 인식했다는 듯.

나는 너와의 그 XX 같았던 이별 덕분에 살이 좀 빠졌고 밝게 염색한 머리색과 일자 앞머리 덕분에 예뻐졌다는 얘길 많이 들어. 그래, 네 덕분에. 다행히 너의 새 여친은 나보다 예쁘지는 않더라. 그 점 고맙게 생각해. 넌 내 이름을 불렀고 나는 뒤돌아 보았지. 그리고 아무 감정도 싣지 않고 그저 ‘반가워’했어.

너의 옆의 그 사람을 보며 여자친구냐고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고, 편안한 미소로 정말 잘 어울린다 이야기해주고, 좋아보인다고까지(이건 내가 오버한걸까?) 해주고 나니 속이 후련해지더라. 너의 그 어색한 미소는 정말 통쾌하기까지 했어!

이 순간, 세상 모든 여자들은 누구보다도 쿨하다 2

2013-05-16_8

t.shirbert님의 Sneaky Clown

내가 그 동안 얼마나 굴욕을 겪었는 줄 아니? 내 친구는 내가 너와 헤어져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자기 남친을 내가 헤어진 너와 비교해가며 자랑질을 하더라. 그러길래 좀 알아보고 사귀지 그랬냐는 둥, 우리 오빠는 만난지 일년째인데도 변한 게 하나도 없다는 둥.

울컥하더라구. 너도 일년째까지는 나한테 잘했는데 말이야. 속으로 이를 빠득빠득 갈며 애써 웃었어. 그리고 그동안 너와 연애하느라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도전하느라 정신이 없고, 그러면서도 모든 게 새로워서 좋다고 외롭지 않은척을 하느라 광대뼈가 다 아프더라. 자기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는 내가 실망스러웠던지 친구의 남친자랑이 좀 사그라들긴 했지만 뒷목이 뜨끈해질 정도로 열받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

이 순간, 세상 모든 여자들은 누구보다도 쿨하다 3

2013-05-16_7

jcoterhals님의 Love Thyself

너와 이별하면서 힘들었던 동안 살이 쪽 빠지면서 나는 몰라보게 가녀려졌어. 니가 그 동안 그만 좀 먹으라는 둥, 너 먹는 거에 쓰는 돈이 차 한대 값이라는 둥 나를 구박했던 모든 순간들이 떠올랐어. 이런 나를 보며 웃는 맞은 편의 썸남은 나에게 몸매가 예쁘다고 칭찬하고 있는데 말이야. 맛있게 먹으려던 감자탕을 숟가락으로만 휘젓게 만들어버린 그 썸남에게 나는 수줍게 웃었어. 난 체질이 안찌는 체질이라 다이어트 해 본적 없다고. 그러자 그 썸남도 그러더라. 여자는 확실히 마른 게 예쁘다고.

순간, 쥐고 있던 숟가락을 면상에 던져버릴 뻔 했어. 니가 그런 소리 할 때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어. 후훗, 이젠 그럴 필요 없잖아? 설사 얘랑 나랑 사귀더라도, 내가 다시 살이 찌더라도, 얜 니가 아닐테니까.

아, 진짜 쿨해지고 싶다!

2013-05-16_6

irina slutsky님의 got my hair did (driving #11a)

그 이별 후에, 그 체중감량 후에, 슬슬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더니 누가 봐도 똥그랗게 보이는 원형탈모의 징후가 아직 감정을 털어내지 못한 너처럼 나를 괴롭히고 있어. 아직 그 면적이 아주아주 작으니까 풍성한 펌으로 어떻게든 가려보자 싶어서 미용실을 찾아갔지.

근데 쟤가 왜 저기 있는 거니? 너의 새 여친 말이야. 나보다 하나도 안 예뻤던! 이미 가운까지 걸쳐 입고 앉았기 때문에 뒤돌아 나갈 수도 없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걘 날 못 알아 보는 것 같더라. 그래서 그냥 쿨하게 머리를 하기로 했어.

기분이 묘했지. 너의 새 여친 손에 내가 파마를 맡기고 있다는 게 말이야. 그리고 펌이 끝나고 거울을 보고도 기분이 묘했어. 저런 머리는 머리털 나고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겨우 참았어. 머리카락이 이보다 더 이상 얇아질 수 없을 정도로 얇아졌고 한 번 엉키면 풀리지 않는 사자머리가 됐어. 그리고 타는 듯한 열감이 느껴지는 두피. 심지어는 손도 안댔는데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지기 시작하는거야!

더 이상은 못해먹겠어!

 zzzzz_00269

이창훈 아저씨가 그러더라, 멈추고 싶다면 약속하라고. 없는데 있는 척하기 있긔, 없긔?

그래, 없는데 있는 척한다고 누가 알아나 주겠어, 못해먹겠다 쿨한 척. 잘먹고 잘살아라 이 나쁜.. XXX야!

나 오늘 약국 갔다 왔어. 더 이상 있는데 없는 척, 없는데 있는 척, 그놈의 척, 척, 척!! 이젠 그만 하려고. 거기 아저씨가 그러더라. 현대약품의 마이녹실 5%는 FDA가 승인한 외용액인 미녹시딜 제제로 만들고, 다년간의 노하우와 임상실험으로의 검증을 통한 안전한 탈모치료제로 병원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쉽게 구입이 가능하대. 나 이젠 니 앞에서도 당당하게 바를거야.

탈모가 부끄러운 거니? 부끄러워 하는 게 부끄러운 거지!! 이젠 진짜 자유로워질 거야. 너도, 니 새 여친도, 내 친구의 잘난 남친도, 외모지상주의 썸남도! 그리고 탈모도!!!!

이렇게 모두에게 외쳐주고 멋지게 돌아설 거다.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