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고시 수석남 사로잡는 노하우? 이거면 돼!

나랑 결혼해줄래?

나랑 결혼해 줄래
나랑 평생을 함께 살래
우리 둘이 알콩달콩 서로 사랑하며
나 닮은 아이 하나 너 닮은 아이 하나
천년만년 아프지 말고 난 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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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azny/to get married #3

이 노래는 이승기가 불러야만 가사가 살고 흥이 산다는 그 노래? 지금 그 노래를 저 빛이 번쩍번쩍 나는 완벽한 남자가 부르고 있는거야? 그것도 나한테??

사법고시를 수석으로 패스하여 창창한 앞길이 구만리, 외모 또한 키 182에 이승기 울고 갈 훤칠한 외모, 정말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남자의 순정’ 탑재까지! 그가 지금 나에게, 자신의 아이를 가진 나에게 녹아드는 달콤한 목소리로 프로포즈를 하고 있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왔다. 드디어 왔다. 절대 안 올 줄 알았는데 기어코 왔다! 그래 이건 너의 승리인 거야. 너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어! 고시생 뒷바라지는 아무나 못한다고, 매일 새벽 이 남자보다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면서 한 번도 같은 반찬으로 밥을 먹인 적이 없었지. 집에서 두 시간이 걸리는 고시원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빼먹은 적도 없었지.

아무리 보석이라도 진흙탕 속에 묻혀있으면 모르는 것! 무릎 늘어나고 엉덩이 늘어난 츄리닝, 석달 열흘 씻지 않아 땟국이 좔좔 흐르는 그 얼굴 앞에서도 니가 최고, 장동건 뺨치고 갈 미남이라며 추켜세우느라 입술이 다 물러도 멈추지 않았던, 그래 너의 승리인거야!

내 잘난 남자에 비하면 얼굴도 평범(못생겼다고 하기엔 속상하니까), 머리도 평범(역시 평범 이하라고 하기엔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다)한 내가 결혼 적령기의 친구들 사이에서 치열했던 ‘미래의 남편 스펙경쟁’에는 끼어들지도 못했던 걸 생각하면 이것은 진정한 인간승리! 고 기지배들 지금쯤 배가 아파 뒹굴고 있겠지!

꿈이면 절대 깨고 싶지 않다, 이런 행복한 결혼의 주인공이 나라니 흑흑…

꿈이면 제발 날 좀 깨워줘

나랑 결혼해 줄래 (포기 했어, 나는)
나랑 평생을 함께 살래 (내 인생을 포기했다고)
우리 둘이 알콩달콩 서로 사랑하며 (이런건 바라지도 마)
나 닮은 아이 하나 너 닮은 아이 하나 (제발 넌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
천년만년 아프지 말고 난 살고 싶은데 (내가 먼저 아프거나 니가 먼저 아프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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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그럽게 웃는다. 좋다고 웃는다. 끔찍하다. 먹지도 못하는 술을 먹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시험 끝나고 결과 나왔다고 풀어져 있던 내가 멍청했다. 후회해서 뭐하리. 너 뱃속의 애가 내 애라는데. 이제 내 인생은 망했다.

아무리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고시원을 옮겨다녀도 악착같이 알아내서 쫓아오던 너의 속셈은 결국 이거였어. 시험 끝나자마자 술먹여서 나의 우월한 유전자를 갈취하는 것! 엄마, 세상 여자들은 무서운 존재라고 했을 때 좀 더 주의했었어야 했어요. 이제 눈 뜨면 저 얼굴을 보겠죠?

프로포즈는 이승기의 노래가 좋겠다며, 자신의 친구들 앞에서 큰 소리로 불러달라며 죽일 듯한 눈빛으로 보던 그녀는 너무 무서웠어요. 나는 이제 끝났어요. 내 인생의 빛은 꺼졌어요.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야 할까요. 엄마.. 날 좀 구해줘요..

완벽한 내 남자의..숨기고 싶은 비밀?

결혼 5년차, 남편이 수상하다. 요즘 자꾸 내외를 한다. 고시생 시절에도 안 하던 내외를 왜 지금 와서?!
방에 들어가면 거울 앞에서 후다닥 떨어지지를 않나, 집에서도 자꾸 모자를 쓰려고 한다. 잘난 사람은 잘난 값을 한다고 설마 그새 바람이라도 난 게 아닐까? 하지만 우리 남편은 나 하나밖에 모르는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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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madgirl/Books: Part 6

남편이 출근한 사이 몰래 서재를 뒤졌다. 별 다른 건 없었지만, 아니 방이 뭐 이리 지저분한지 방바닥에 머리카락이 잔뜩이다.
증거를 잡기 위해 들어왔다가 청소만 실컷했다. 근데 서재 책상과 벽 사이 아주 좁은 틈에 종이뭉치가 잔뜩 있는 것을 발견! 이건 뭐지? 하는 마음으로 꺼내 보는데..

절대 그녀에게만은 알리고 싶지 않아!

마누라가 수상한 나의 행동을 눈치챈 것 같다. 거울을 왜 그리 들여다 보느냐는 질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대접받고 살고 있다. 나는 제법 완벽하고 완벽하지 않은 부인을 만나 살고 있기 때문에 모시는 대접을 받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친구들과 비교해 생각보다(?) 괜찮은 여자를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부인은 내 스펙보다 외모에 반했다며, 요즘도 종종 호들갑을 떨곤 한다. 그런데. 내 머리가 빠지고 있다. 병원에 갔더니 탈모 초기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일시적일지 진행될지는 두고봐야 안다며 지금부터 관리 잘 하라고..

겁이 났다. 날 완벽한 사람으로 알고 있을텐데! 굴욕적이다, 내가 싫어졌다 하면 어쩌지? 오늘도 부인을 피해 착잡한 마음으로 서재에 들어왔다. 모자를 벗고 거울을 보는데 그새 머리숱이 더 줄은 것 같아 마음이 뻥 뚫린 기분이다. 책장 깊이 숨겨둔 진단서를 꺼내려다 무언가 시야에 포착됐다. 이게 뭐지? 고운 쪽빛 한지로 포장된 상자를 떨리는 손으로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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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당신은 머리 좀 없어도 넘넘 귀엽지만, 지금 나이에 탈모면 당신이 사회 생활 하는데도 지장이 많을 것 같아. 이 약, 내가 추천받고 약국에서 바로 사온거다? 현대약품 마이녹실인데 꽃중년 배우 이창훈이 광고하는 거 당신도 봤지? FDA가 승인한 외용액인 미녹시딜 제제로 만들고, 다년간의 노하우와 임상실험으로의 검증을 통한 안전한 탈모치료제래.

눈물이 앞을 가린다. 비록 족쇄로 시작된 결혼 생활이지만 당신은 정말 넝쿨째 굴러온 금덩이야!
여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