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달인, 예술가 문순우
생활의 달인, 예술가 문순우
예술가 문순우(67)는 사진가이자, 화가이며, 또, 조각가이고, 동시에 도예가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정보로는 표현이 부족하다.
오히려 ‘생활의 달인’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그곳엔 생활의 달인이 산다>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기좌리에 예술가 문순우의 아틀리에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 매달 100명 남짓한 친구들이 초대되어 작품을 감상하고, 와인파티를 연다.
특이한 것은, 문순우 화백이 텃밭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직접 요리를 한다는 점이다.
“오늘의 메뉴는 이태리 해물 파스타야. 텃밭에 심은 바질과 아이다호 감자, 토마토와 샐러드로 재료를 삼았지. 맛있게 먹어”
5년 전에 직접 창고를 개조해서 작업실과 살림공간을 만든 예술가 문순우의 첫째 좌우명은 “생활이 곧 예술”이다.
그리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예술가 문순우를 ‘진정한 생활의 달인’이라 말한다.
<나의 직업은 43개, 예술가는 그 모든 경험의 결과>
“내가 미대를 다닐 때는 멋모르고 껄떡대며 지내던 시기이지. 그리고 입대해서는 예전에 사냥 능력 덕택에 총을 잘 쏴서 저격병이 되었거든.
그런데 그 일이 너무 맘에 안 들었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일이라 때려 치우고 월남에 종군했지. 거기서 미군의 사진기도 다루고,
영사기로 영화도 틀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예술에 대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한 거 같아.”
군에서 제대 후에 겪은 일은 인쇄업, 씨앗장사, 목수일, 인테리어, 전기배선공…등 한 사람이 체험하기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일을 그는 해냈다.
“모든 일이 미리 계산해서 하는 일은 아냐.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간 거지.”
<자연과 함께 살다>
20평 남짓한 그의 텃밭엔 20여 종의 채소와 허브가 자라고 있다.
“밭에는 채소와 허브 사이에 잡초가 균형을 이루고 있지.
잡초라고 모두 뽑아 버리면 안돼. 잡초는 질긴 생명력으로 지표면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에 채소와 허브 등이 자극을 받아
뿌리를 깊게 내리게 하지. 모두들 잘 못 알고 잡초면 모두 뽑아 버리지만 그건 무식해서 그래.”
이렇듯 텃밭에서 들려주는 그의 자연예찬은 듣다 보면 곧 생명예찬으로 튄다.
<일상에서 쓰다 남은 것에 생명을 불어넣다>
“난 남들처럼 이젤 갖고 데생하며 그리지 않아. 목수일 하다 남은 것, 자동차 라디에이터, 커피 필터로 쓰는 종이, 볼링장 마루바닥 등
세상에 쓰다 버린 모든 것이 난 좋아.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내 작업이지.”.
그의 작업실엔 수많은 잡동사니 골
동품이 쌓여 있다. 미술작업을 하게 되면 보통 재료비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는 구리를 부식시켜 얻은 녹을 물감으로 쓴다.
어둠 속에 야광처럼 빛을내는 안료를 문화백이 창조해 낸 것이다.
<불혹이 넘어서 예술가의 길을 선택하다>
“수많은 직업을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예술을 해보고 싶다 해서 파리로 유학을 떠나게 됐지. 과거,돈도 많이 벌어보고, 비싼 스포츠카도 타봤지만,
그 길이 내가 갈 길이 아니더라고. 그래서 건방진 얘기 같지만 인간이 도전할 최대의 상대가 신이라 생각했어.
즉, 창조적인 일을 해야 도전이 되는 거지. 창조적인 힘, 그 힘의 근원이 예술이야.”
그는 인생을 마치 거미가 거미줄을 뽑듯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사는 길이라 말한다.
예술가 문순우가 그림을 통해 느끼는 행복은 무엇일까?
“내 그림이 거의 신화예요. 결국은 내 얘기지만. 거기에 나오는 여인은 어머니일수도 있고,
아내일수도 있지만 아무 스케치없이 바로 작업하면서 희열을 느끼지. 내 아내는 ‘아무 것도 미리 상상할 수 없는 것을 그려내고,
거기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것이 놀랍고도 즐겁다’고 하더군”
예술가 문순우가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삶의 방식이 무엇일까 물었을 때, 그는 경쾌하게 답했다.
“내겐 어제와 내일을 없어. 바로 오늘을 충실히 살며, 매일 감사하며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