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젊어 보이는 직장동기, 여직원들의 차별대우
jurek d./Two men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손이 떨리고 발이 떨리고 눈에도 경련이, 온몸이 떨리며 식은 땀이 난다. 우리는 모든 것을 함께했다. 다른 부서에 밀리고 치이고 괄시 받아도 우리는 ‘함께이기에’ 견딜 수 있었다. 말년 과장 소릴 들어도 ‘함께이기에’ 괜찮았다. 그런데 이과장 네가…어떻게…! 나에게 어떻게…!
여직원1 기획팀 이과장님 봤어? 완전 젊어지셨더라! 여직원2 얼굴도 좀 달라보이는 것 같아. 완전 꽃중년! 여직원1 근데 우리 과장님은 민둥산에… 여직원2 야 밥먹으러 가는데 밥맛 떨어져.
두 과장의 애틋한 사이는 김과장의 지방 파견 근무 이후 달라져있었다. 3~4개월 정도 떨어져있었을 뿐이었다. 반년도 채 안 되는 시간만에 스타과장이 되어있는 이과장의 모습은 김과장이 알던 주변 머리 없는 그가 아니었다. 자신보다 열 살은 어려보였다. 자신감이 넘쳤고, 상냥한 성격으로 ‘유부남’ 딱지를 붙이고도 여자들이 따라다니며 호감을 표했다.
flashboy/Matt in purple wig, at a jaunty angle”
바뀐 건 머리였다.
이과장이나 김과장이나 듬성듬성 민둥산 같기는 마찬가지였는데 이과장이 가발을 쓰면서 김과장에게 배신 아닌 배신을 때린 것이다. ‘머리’에 민감한 김과장은 이과장의 단독 행동에 뿔이 나, 쫌생이처럼 함께하던 골프, 등산, 낚시까지 끊고 이과장의 연락 또한 받지 않았다. 하지만 김과장 또한 가장 친한 벗을 잃었다는 슬픔, 자신과 자꾸 비교하는 주변의 말들, 밀리는 열등감으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참다 못한 김과장이 이성을 잃은 모습으로 기획부를 찾았다.
김과장 이과장, 이제 그만 벗으라고! 이과장 김과장! 이게 무슨 짓인가?!
김과장은 이과장의 가발을 벗겨내려 머리채를 붙잡고 당겼다. 그런데, 안 벗겨진다?
김과장 대체 무슨 가발이길래, 이렇게 안 떨어져?! 이과장 김과장, 이거 내 진짜 머리야! 김과장 뭐? 자네 이러긴가?! 나 모르게 모발이식이라도 한거야?!
이과장은 씩씩거리는 김과장을 떼어내 앉힌 다음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이과장 자네야말로 진짜 이러긴가? 안 그래도 자네한테도 주려고 내가 준비했는데. 김과장 이게 뭔가? 이과장 현대약품 마이녹실이라고. 효과 좀 봤네. 나도 이거 마누라가 관리 좀 하라고 약국에서 사다준건데,
나도 의심이 많아서 안 바르려고 했지 . 집사람이 하도 FDA가 승인한 외용액인 미녹시딜 제제로 만
들었고, 임상실험으로 검증까지해서 안전하다며 바르라고 노래를 해대는 바람에. 반신 반의 했는데
머리가 나는 게 아닌가! 자, 자네도 이거 벽에 붙이고 열심히 발라보게. 김과장 이과장! 이과장 김과장!
그들은 격렬하게 껴안으며 서로의 우정을 확인했다. 그날 밤, 김과장의 방에는 마이녹실의 모델, 꽃중년 탤런트 이창훈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기획부 이과장과 홍보부 김과장의 ‘스캔들’로 사내가 떠들썩했다.